다낭신 신장이식 수술 후기 - 공여자 version
다낭신 신장이식 공여 후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수술한 지는 이제 3년 (정확히는 2년 11개월) 되었습니다. 수술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3년 전 적어놓았던 기록들을 토대로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 목차
1. 공여자 : 수술 전 검사
2. 수술 D-1, 서울대병원 입원 수속
3. 수술 D-day 나의 왼쪽 신장아, 엄마를 잘 부탁해
4. 수술 직 후,
1. 공여자 : 수술 전 검사
공여자(=저)가 수혜자(=어머니)에게 신장을 주어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수술 전에 해야하는 검사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①이식 적합성 검사(피검사) ②신장 CT입니다. ①, ② 두 가지 검사 통과를 해야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낭신은 유전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며, 특히 공여자가 젊은 경우, 아직 낭종이 시작되지 않아 신장 CT 만으로는 다낭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하지요. 저의 경우 32살이었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위 두가지 검사 외에도, 공여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마치 건강검진을 받는 느낌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여 각종 검사를 받았습니다. 수혜자에게 신장을 떼어주어도 공여자가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여자 입원 검사비는 추후 신장이식을 진행할 경우, 수술 후 환급 신청을 통하여 일부 환급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기억해 주세요.
2. 수술 D-1, 서울대병원 입원 수속
수혜자는 일주일 전부터 입원하여 전처치를 받는 방면에, 공여자는 수술 하루 전 날 입원합니다.
※ 여기에서 수혜자가 받는 전처치란, 공여자의 신장을 최대한 거부반응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입니다. 혈장교환술을 정말 여러 번 받으셨습니다. 전처치를 받고 나면 늘 녹초가 되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투석 경험이 없었기에 쇄골에 임시 카테터를 하였습니다.
다시 공여자의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수술 하루 전 오후 4시경, 서울대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장기이식센터에서 병동을 배정해 주셨고, 저의 경우 65병동의 5인실로 입원수속을 했답니다. 입원하고 바로 저녁식사가 나왔지만, 관장을 앞두고 있던지라 입맛이 없더군요. 식사를 거의 반정도 남겼습니다. 참고로 저는 평소에 늘 완밥을 하는 편이어서, 제가 밥을 남겼다는 것은 정말 긴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식사 후, 입원 설명을 들은 뒤 수술동의서를 작성합니다. 신장이식 수술은 2개의 수술실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수혜자는 이식혈관외과에서 집도하고, 공여자는 비뇨기과에서 집도합니다.
저는 공여자이므로 비뇨기과 주치의 선생님이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고, 동의서를 받아가셨습니다. (항생제 부작용이나 비상시 수혈에 대한 설명 등) 또한 항생제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소량을 팔뚝에 주사를 놓고, 볼펜으로 표시하고 가셨습니다.
이후 제모크림을 받아, 제모를 진행합니다. 크림을 바르니 털이 뚝뚝 떨어져 신기했습니다. 출산할 때에도 제모 경험이 있긴 하지만 다시 해봐도 신기한 제모크림입니다. 관장 또한 진행해야 하는데, 항문에 넣어야 하는 좌약을 처음 써봐서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제모와 관장을 모두 마치고, 22:30분경 취침에 들어갑니다. 다행히 5인실에서 코 고는 분이 없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3. 수술 D-day 나의 왼쪽 신장아, 엄마를 잘 부탁해
아빠와 저의 남편이 아침 일찍 아이를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병원으로 왔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저희 집 사정을 아시고 아이 돌봄에 많은 배려를 해주셨는데,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답니다. 어머니의 수술은 오후 12시경 시작되었습니다. 다낭신으로 양쪽 신장에 작은 물혹들이 많이 생겨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마치 포도송이처럼) 두 개의 신장 중 기능이 더 저하된 하나의 신장을 절제하고, 저의 신장을 이식받는 수술입니다.
어머니의 수술 시작 2시간 뒤, 오후 2시경 저도 항생제 주사를 맞고 수술대기실로 이동했습니다. 입원실에서 이송카에 눕는 순간 갑자기 온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추워서 떨리는 것인지, 무서워서 떨리는 것인지 모르겠고 인생을 살아오며 느껴 본 공포 중 최고의 공포였습니다. 남편은 괜찮다고 옆에서 토닥여주는데 눈물이 울컥 나왔습니다. 남편의 배려가 있었기에 저 또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기에 고마운 마음이 컸습니다. 3년이 지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요.
수술대기실에서 이송카에 누운 채로 또 한참을 대기한 뒤, 드디어 수술실로 이동합니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장면처럼 수술실은 새하얀 조명이었습니다.
마취선생님께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며 잠에 듭니다. 나의 왼쪽 신장아 안녕, 엄마를 잘 부탁해
※ TIP
: 제가 도움받은 EBS 방송 [명의 E84. 늦기 전에 관리한다, 만성 신장병 150424] 편을 꼭 시청해 보세요. 신장의 구조와 기능, 크레아티닌, 고혈압과 신장병의 관계, 당뇨와 신장병의 관계, 혈액투석의 원리, 신장이식 수술, 신장 기능 감소 정도에 따른 투석의 시기, 다낭신에 대해 자세히 나옵니다. (저희 어머니의 담당 교수님이었던 안규리 교수님도 나오시더라고요.)
4. 수술 직 후,
수술 후, 견디기 힘든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깹니다. 시간은 4:45 pm입니다. 제가 누워있는 곳은 [마취회복실] 이였는데, 그 아픈 와중에 생각나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입니다. 수술이 잘 끝났을까? 이식이 잘 되었을까? 생각뿐입니다.
저는 남편의 간병을 받으며 비뇨기과 병동에 입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 이틀간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은 너무 힘들었던 고통을 잊는다고 하지요? 아마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수술 직후의 기억은 마치 어릴 적 유치원에 다녔던 시절처럼 장면 장면 사진처럼 몇 개 떠오를 뿐입니다. 마취회복실에서 시계를 봤던 장면 하나, 1인실에 누워서 울기만 했던 순간 하나, 그 두 장면만 생각나네요.
3일 정도 뒤부터 밥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고, 하루하루 회복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병동 복도를 걸어 다니며 걷는 운동을 하고, 수술로 인해 찌그러졌던 폐를 펴기 위해 공 올리기 운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약 5~6일의 입원,수술기간 동안 저의 소변까지 받아내면서 간병해 주는 남편에게 평생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마워 남편!!!!
※ 몸상태가 안좋은 데, 빨리 퇴원하라고해서 너무 속상했습니다. 같은 날 수술한 다른 공여자에 비해 회복속도가 너무 더뎠습니다. (결국 문제생겨서 재입원함ㅡㅡ)
■ 글을 마치며
수술 후 큰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공여자인 제가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이 내용은 추후에 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신장은 "사랑의 장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2개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장기, 신장.. 저 또한 두려움이 컸지만, 그 두려움보다 각종 검사를 통과하여 어머니에게 신장을 드릴 수 있었다는 기쁨이 더 컸습니다. 공여를 앞두신 모든 분들 존경하고 응원하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 다낭신 공여자 재입원 후기 : https://jinangmi.tistory.com/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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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낭신 신장이식수술 수혜자 후기 : https://jinangmi.tistory.com/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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